[리뷰]영화

영화 가버나움 (Capernaum, 2019) 리뷰

구르미1호 2025. 5. 9. 17:06

가버나움 포스터

서론

2018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은 레바논의 사회적 불평등, 빈곤, 아동 권리 문제에 맞서 싸우는 강력한 휴먼 드라마입니다. 제목 'Capernaum'은 혼돈과 무질서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이 혼란에 던져진 아이의 삶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무시당하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보여줍니다. 감독은 실제 난민과 거리의 아이들을 캐스팅해 초현실적이고 다큐멘터리적인 리얼리즘을 추구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연민을 품고 있는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부정합니다. 《가버나움》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거대한 제도의 벽과 무관심에 맞서는 아이의 외로운 투쟁을 담은 사회적 외침이자 기록입니다. 상업적 성공을 넘어 전 세계 관객들의 공감을 얻은 이 작품은 영화가 현실의 목소리를 담고 시대를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줄거리 요약

영화는 12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 자인이 부모님을 법정에서 고소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유는 자인을 세상에 데려온 범죄 때문입니다. 자인은 레바논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학대와 방치 속에서 자랐으며, 매일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부모님은 자인과 자녀를 돌보지 않고 여동생 사하르를 강제로 결혼시키기도 합니다. 이를 견디지 못한 자인은 집을 떠나 거리로 나가 에티오피아에서 온 불법 이민자 라힐과 그녀의 아기 요나스를 만납니다. 자인은 아이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라힐은 체포되어 다시 고아가 됩니다. 자인은 결국 라힐의 아기를 돌보며 살아남지만 범죄에 연루되어 소년원으로 보내집니다. 그곳에서 그는 다시 한 번 결심하고 "아이를 낳고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를 고소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시작합니다. 영화는 자인의 법정 증언과 그의 어려운 삶이 교차하며, 그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존엄성과 사랑을 위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가버나움, 주인공 자인(왼쪽)

성공요인

첫째, 초현실주의를 넘어선 현실의 얼굴입니다. 《가버나움》은 영화적 연출이 아닌 실제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노력으로 관객을 압도합니다. 주연을 맡은 자인 알 라파에아는 실제 시리아 난민으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되살리는 것처럼 표현합니다. 이러한 리얼리즘은 대화보다는 눈빛과 움직임을 통해 전달되는 감정의 범위를 허용하고, 관객이 자인의 고통에 직접 공감할 수 있게 합니다.

둘째, 정치와 감정의 균형입니다. 《가버나움》은 분명히 정치 영화입니다. 빈곤, 아동 학대, 난민 문제 등 수많은 사회 문제를 담고 있지만 설교나 선전 방식으로 해결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자인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제도적 허점과 인간의 무관심으로 인한 결과를 감정적으로 풀어냅니다. 그 결과 관객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사회 문제를 인식하게 됩니다.

셋째, 서사와 관점의 윤리입니다. 영화는 자인의 삶을 소비하거나 비극적으로 과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독은 동정이나 구원의 메시지보다는 연대와 시선을 선택하며 극도로 절제된 시선으로 자인을 바라봅니다. 이는 영화가 '연민'이 아닌 '자연권'으로서 아동의 권리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탁월한 태도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수동적인 감정이 아닌 관객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영화를 통해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을 자극합니다.

문화적 파급효과와 대중의 반응

《가버나움》은 개봉 이후 전 세계 영화제의 찬사를 받았으며, 칸 영화제에서 15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것은 이 영화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상영 직후 유럽, 아시아, 중동 전역에서 자인의 존재와 레바논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고,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니 더 이상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아트하우스 극장에서 상영되었지만 입소문을 통해 관객 수가 점차 증가했고, 이후 한국 사회의 아동 권리 담론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는 자인의 외침은 온라인에서 강하게 울려 퍼지며 세상의 변방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존재를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자선이나 구호의 관점이 아닌 기관과 지역사회의 책임을 묻는 등 사회적 영향력을 강화했고, 개별 관객이 느끼는 죄책감과 책임감을 통해 변화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영화 평가

《가버나움》은 단순한 영화 그 이상의 사회적 텍스트입니다. 나딘 라바키 감독은 절망의 늪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영화를 통해 마이크를 건네줍니다. 이 과정은 감정적이라기보다는 윤리적이며, 연민에 호소하기보다는 우리를 응시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평가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자인을 '부끄러운 피해자'의 이미지가 아닌 주체로 묘사했다는 점입니다. 자인은 운명에 수동적으로 흔들리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 책임을 묻는 능동적인 존재입니다. 그 결과 영화는 비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고통을 넘어 희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예술성과 사회성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이 작품은 시대의 양심을 일깨우는 희귀한 영화적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결론

결론을 말하자면, 《가버나움》은 한 시대의 경계선에 있는 아이가 온 세상에 외치는 것은 하나의 레퀴엠이자 희망의 서사입니다. 자인의 눈을 통해 우리는 한 번의 생각 없이 지나쳤던 거리의 아이들과 이름 없는 존재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됩니다. 영화는 그들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를 대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점에서 《가버나움》은 단순히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가 아니라 세상이 외면해 온 진실을 응시하는 용기 있는 문학입니다. 진실은 항상 불편하지만 변화는 그 불편함을 통해서만 시작됩니다. 이 작품은 예술이 고통을 어떻게 표현하고 그 고통 속에서 연대와 희망을 찾을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며, 관객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감정의 층을 각인시킵니다.